길다면 긴 여행이었다..
아껴두었던 하루짜리 포휴까지 붙여 총 열흘간의 휴가를 만들었는데 열흘 내도록제주에서나 보낼까도 생각했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7박8일로 수정을 하였다.. 붙여서 휴가를쓴다는게 눈치는 좀 보였지만 뭐 자주 그러는것도 아니고..^^
지난해 급하게 떠났던 제주여행이 처음 떠나본 혼자만의 여행이었지만 나름 좋았던 기억이라 올해도 다시금 제주로 정했는데
올핸 작년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계획을 꼼꼼하게 잡으려 했으나뭐 급하게 계획하긴똑같았다..ㅎㅎ
그나마 지난해 보단 쬐끔 미리 준비를 한 탓에 비행기 티켓은 마일리지로 할 수 있었고 숙박은 회사 기지국 콘도로 다 해결을 했으며 렌트카도 하루 무료로사용할 수 있어서 비용은 정말 적게 들었다.. 뭐 잘먹을려고떠났던 여행도 아니고..
지난해에는 올레길을 "사색의 길"이란 표현을 많이 봤었는데 올핸 "치유의 길"이란 글귀를 많이 본거 같다...
나에게 치유가 필요한 어떤 상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우선은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떠날곳이 필요했다..
<10월21일 목요일 / 제주로 떠남..>
전날 밤샘으로 인한 피곤한 몸을 이끌고 21일 낮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늘 아래 날씨는 꿀꿀함 그 자체였는데 잠시나마 구름위의 화창함을 즐긴다..
잠시 살짝 떴다가...
다시 내려 앉는다...
여기도 날씨가 그닥....
<10월22일 금요일 / 올레3코스>
전날은 피로에 쩔어 숙소에 쿡 쳐박혀꼼짝을 할 수가 없었는데 피로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그래서금요일날 조금 늦은 아침에 길을 나섰다..
숙소 근처를 나서며 똑딱이 테스트 샷?...^^
반갑다~ 서귀포야..^^
저 멀리 월드컵 경기장 뒷편으로 범섬도 보이고...
3코스 시작점인 온평포구를 가기 위해 서귀포 버스터미널에서 동일주 노선 버스를 타고 온평초교 앞에서 내려 길을 걷는다..
2코스 마지막 부분이기도 해서 작년에도 걸었던 길을 또다시...
요기가 3코스 시작점인가?
3코스안내판바로 옆에 2코스 종점 도댓불이 있는거 보니 시작점이 맞나보다..
도댓불은 제주도 전통 등대로 해질 무렵 뱃일 나가는 어부들이 생선기름을 이용해 불을 밝히고 아침에 돌아오면 그 불을
껐다고 한다... 먼바다에서 등불이 잘 보였을까 의문 스럽기도 하다..
자! 이제 본격적인 3코스를 한번 걸어볼까!!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근데 시작부터 바람이 장난아니라는...
오른쪽의 "간세"라고 하는 말 모양은 작년에는 본 기억이 없는데 올해는 저게 길안내에 한몫을 하고 있었다..
간세란 "게으름"의 제주도 방언으로 느림의 미학을 표현한다는데 요즘같이스피드가 강조되는 시대에 간혹 한번쯤은필요한게 아닐까 하는생각도 해본다.. 모양은 제주도 조랑말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바람도 세차고 햇볕이 따가워 중무장을 했다.. 내 소중한 피부가 거칠어 질까봐..ㅋ
사뭇 탈레반 분위기가 나는거 같기도 하다..ㅎ
조금 걷다 보면 이내 중산간 지역의 밭들 사이를 걷게 된다..
근데 인기가 별로 없는 코스라 그런지 도무지 사람구경을 할 수가 없다... 조그만한 마을들이 간혹 있었지만 마을 주민도
구경을 할 수가 없고 점심으로 도시락 먹고나선 커피한잔이 간절 하였지만 슈퍼는 꿈도 못꾼다..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갔지만 슈퍼가 참 많이 아쉬웠다..ㅎㅎ
표식중의 하나인 리본~
올핸 지난해 보다 조금 일찍 왔더니 귤이 완전 제철은 아닌거 같다..
노랗게 익은 귤들도 많았지만 저렇게 막 익어가는 귤들도...
지난해 왔을때 밤에 숙소 주변을 걷다가 손만 뻗으면 닿는 길가에 귤이 너무 탐스러워 그러면 안되는데 몇개 슬쩍 한적이
있었다..ㅎ
정말 몇년만에 해보는 서리인지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는데 숙소에 와서 먹어본 맛은 금방 따서 그런지 넘넘 좋았다..^^
길을 걷다보면 길가의 귤나무 밑에 귤껍질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너무 탐스럽다 보니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탐 한게 아닐까 한다..
그렇다 보니 귤 따먹지 말아달라는 안내문도.. 그래서 이번에는 아무리 목이 마르고 인적없는 곳 바로 눈앞에 귤이 있어도
미련없이 그냥 지나쳤다..^^
길을 걷다가...
인적하나 없는 곳에서 낙서를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말머리가 향한 통오름쪽으로
길을 걷다보면 목장을 통과할때가 많은데 항상 출입은 저렇게 만들어 놓은것을 통하게 된다..
사람은 통과을 할 수 있어도 허리가 꺽이지 않는 소나 말은 통과를 할 수 가 없다는...^^
무슨 꽃일까...?
조금 오르자 통오름 정상에 올랐다...
제주의 오름에 올라보면 풍광도 참 독특하고 한참을 앉아여유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름이란 큰 화산 옆에 붙어 있는 기생화산을 말 한다는데 올라봐도 조그만한 야산인지 오름인지 구분도 잘 안가고 또
어떻게 구분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제주에는 오름이 참 많이도 있는거 같다..
도로가 참 한산하다..
이제는 독자봉에 올랐다
이 주변 마을에는 유독 외아들이 많다는데 이 오름의 영향 때문이라는 설 도 있다고 한다..
근데 아래로 보이는 날씨가 검은 안개가 낀듯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려가는 길은 보통의 야산과 다르지 않았는데 대낮인데도 사진에서 보는것과는 달리 어둡기도 하고 너무 인적이 없는
곳이라 무섭기도..ㅎㅎ
물이 귀해서인지 밭에 수도가 설치된곳이 무척 많았다..
돌려보면 물도 콸콸 나오고 목이 진짜 마르다면 오염되지 않은 곳이라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코스중에 김영갑 갤러리가 있었는데 그냥 마당만 한바퀴 돌고 또 걸었다..^^ 진짜 외진곳 같긴 하다..ㅎ
날씨가 그나마 간간히 햇살도 났었는데 또 잔뜩 찌푸려 지는거 같다..
걸어도 걸어도 슈퍼하나 없고 목도 마르고 시원한 커피생각이 너무 간절하였다..
도로로 나오니까 주변에 조금은 낡은듯한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는데 현수막에 켄커피랑 생수판다는 글을 보고 냉큼 들어갔다..
예상은 했지만 비싸다..ㅎㅎ
그래서 레스토랑의 소파에 앉아서 편하게 마시다가 나왔다..^^
바다로 나오니까 날려갈듯 또 바람이 장난아니다..
바다목장에서... 색감을 약간 바꿔 보았더니 구름이 옅은 보라빛을 띈다..
바다목장이 뭘까? 했었는데 바로 바다와 목초지가 붙어 있다고 바다목장이라 하는가보다..
실제 말도 있고 소도있고..^^
거의 태풍수준의 바람에도아랑곳없이 바람에 자꾸만 쓰러지는 똑딱이를 부여잡고 셀카질이다..
갈길은 멀지만 첫날인데다가 코스 난이도가 '상'인지라 좀 쉬기도 할겸...^^
파도는 점점 더 거칠어 지는 느낌이고..
이제 목장을 빠져나가 또 바쁜걸음을 제촉한다..
벌써 어두워 지기 시작한다..
길가에 때늦은 코스모스가 보이길레...
진짜 저 다리 이름처럼 배도고프고 완전 깜깜해졌다..
혹시나 챙겨간 라이트가 정말 유용하게 쓰였는데 워낙에 인적도 없는곳이고 외진곳이라 라이트 없인 표식이 보이지 않아 길을 찾을 수 가 없었다..
오래만에 걷는데다가 세찬 바람과 싸웠더니 진이 다 빠졌다..
정말 힘들게 그래도 종점까지 왔다..
한참동안 깜깜한 표선 해수욕장 해변을 걸을때는 눈을 뜨기 힘들정도의 모래바람까지 불어 포기를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으나 종점을 확인하고 싶어 강행군을 했었다..
저 표지석이 어찌나 반갑던지...^^
하지만 여기서 또 버스탈려면한참을 걸어야 한다.. 바람땜에 속도도 잘 안나고참 고생스러웠던 기억이다..ㅎ
숙소에 들어와서 어제 마트에서 사 두었던 제주 흑돼지 삼겹을 구워 먹었다..
정말 녹초가 되었었는데 시원한 켄맥주와의 궁합은 가히 내몸에 새생명을 불어 넣듯 넘 맛있었다..
그래서 일정 내도록 고기를 추가로 더 사다놓고먹었는데 첫날 만큼의 맛은 아니었지만 제주 흑돼지가 맛은 좋았다..ㅎㅎ
<10월23일 토요일 / 올레 5코스>
어제의 피곤함이 조금은 남아있지만 오늘은 5코스를 가기 위해서 또 씩씩하게 숙소를 나선다..
날씨는 여전히 꿀꿀하군...
남원포구 시작점에서..
코스를 순서데로 타보고 싶었지만 4코스는 건너띄고 5코스로 왔다..
5코스는 남원포구에서 시작해서 쇠소깍까지 가는데 다행이도 버스를 남원리에 내려서 남원포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시작점까지 금방이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지만 어제에 이어 파도가 꽤나 거칠었다..
잔잔한 바다보단 가끔씩 아주 거칠고 높은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보면 시원한 느낌도 들고 거대한스케일에 자연의 경이로움까지 느껴진다..
똑딱이 카메라는 올려놓을 장소를 발견했다.. 똑딱이의 장점은 휴대성도 편하지만 주변의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면 거추장스런 삼각대가 특별히 필요없다는...
파도가 꽤 거칠었는데 여학생이 위태롭게 매달려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옆을 지나면서 "도와줄까?" 하고 말을 건넬까도 생각했었는데 괜한 참견 같기도 하고 그냥 지나쳤다.. 요즘 고등학생들 무섭기도 하고..ㅎㅎ
'제주 올리브'란 표지판만 없다면 건물도 이쁘고 상당히 이국적인 분위기다..
이제 '큰엉 경승지' 산책로로 접어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산책로로 꼽힌다고하던데 7코스의 외돌개 쪽도 그런글을 본것 같기도 하고..ㅎㅎ
약 2km정도의 해안 산책로가 푸른바다와 어울어져찬찬히 걷기에 좋은곳인듯 하다..
대낮임에도 날씨가 많이 어둡다..
바다색깔이 참...^^
바위들은꼭 찰흙 반죽을 해서 발로 꾹꾹 밟아 놓은것 같기도 하다..ㅎㅎ
이바위는 왜이럴까? 피부관리 좀 받아야 할꺼같다..ㅎㅎ
꼭 곰보빵 같다는
저따만한 알 하나 있음 한달은 먹겠다..ㅎ
지다다 보니 제주 신영영화 박물관이라고 있었다.. 잠시만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저런짓 처음 해봤다..ㅎㅎ
한국사람은 왜 사진찍을때 마다 브이질을 할까? 뻘쭘해서? 거의 무의식중에 하는거 같다..^^
이름도 독특한 '큰엉'
'큰엉'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큰 언덕'을 말한다고 한다..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붙여졌다고...
그러고 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다..ㅎㅎ
아마도 금호리조트 옆을 지날때였는가보다..
진우야 놀자~ 하며 진우를 불러내고 싶어진다..ㅎㅎ
마을길을 지나는 길에 예쁜 카페가 하나있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마도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는 곳으로 알고있는데 커피한잔이 생각났었지만 오늘은 패스~
여름에 노천욕을 즐기는 곳인가 보다..
노천욕장을 심심치 않게본것 같은데 여름엔 젊은츠자들도 저곳에서 노천욕을 즐길까?^^
무인포차가 있었다..
올해는 여기서 귤을 처음 사먹었는데 작년 1,2코스를 걸을때는 무인쉼터에 커피도 공짜로 제공해주고 귤은 댑따 큰봉지에
한봉지 담아 놓고 1천원만 놓고 가라했었는데 가방 무게땜에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다..
조그만한 귤한봉지에 켄컨피, 2천원 넣고 아이스크림 통도 좀 기웃거리다 그냥 앉아서 귤을 까먹었다..
여름이 아니어서인지 시원하진 않았다.. 걷다보니 차가운걸 마시고 싶었는데..
그래도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켄커피가 무척이나 달콤하니 맛있었다... 절실함을 느껴봐야지만 소소한것에도 감사함을...^^
동백나무 군락이 있었다..
약 130여년전 17세의 나이로 출가한 할머니가 해초와 품팔이 등으로 억척스레 모은 30냥으로 이곳에 5천평의
땅을사고황무지를 일구웠어나 바람이 너무심해 지붕이 날아갈 정도였다고한다..
그래서 몇백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따온 동백씨앗을 하나하나 심어 군락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어느정도
훼손이 되고 지금은 제주에서 기념물로 관리를 한다고...
요즘에는 삶의질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전쟁을 하지만 그옛날에는 삶자체가 전쟁이었던거 같다..
억척스런 조상님들 덕에 울나라가 이만큼이라도 먹고 사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아름다운 싱글길도 나오고..^^
홀로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는 분도 보였다..
위미항에 있는 조배머들코지..
위미는 감귤박스에서 여러번 본것 같은데 위미감귤도 꽤나 유명한가 보다..
지나가는 아주머니 말로는 위미가 부자동네라는..ㅎㅎ
근데 조배머들코지의 뜻이 뭘까? 코지는 곶을 뜻한다는거 같던데...
빨강과 하얀색 등대를 보니 갑자기 몇달전에 다운받아 넘 재밌게 봤던 드라마의 상실이 생각이 난다..ㅎ
상실이였음 한마디 날렸겠지... 이봐 개! 사람은 힘들어도 죽으라고 걷는데 개는 편하게 퍼져 자고있어? ㅎㅎ
근처까지 가서 불러봐도 눈만 껌벅일뿐만사가 귀찮은듯 보였다..^^
주변에 건물이 좀 있고 도로위에 철길만 깔리면 샌프란시스코 같은 분위기가 날 것도 같은 도로다..
마을을 지나다가 꽤 큰 마트가 보였다..
원래 켄커피는 그닥 즐기는 편이 아닌데 최근에 먹어보았던 저 커피가 괜찮아 들어가자마자 저것만 하나 골라 나왔다..
집아래 할인점 가격의 딱 두배였다..
숙소에 들어갈때 E마트에서 두개를 더 샀는데 같은 이마트임에도 대구에서랑 엄청 차이가 났다..
'삼다수'같은 생수나 야채같은것만 좀 저렴한듯 하고 나머지는 물가가..ㅎㅎ
그 옛날 허벅으로 물을 길어다 먹었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물이 나고 있었다..
화산섬이어서 그런지 바닷가 주변으로 물이 솟아나오는걸 자주 볼 수 가있던데 그런걸 '용천수'라고 하나?
길을 걷다보니 위미 갤러리라고 나왔다..
대안학교이기도 하고 찻집이기도 한데 그냥 편하게 쉬었다 가도된다..
발아 발아 내발아~~ 주인 잘못만나 네가 고생이 많구나..ㅎ
왠지 좌절모드인거 같기도 같다..ㅎㅎ 발바닥도 좀 아프고..
저렇게 잠시나마 신발을 벗고 마사지 좀 해줬더니 아팠던 발이 한결 좋아졌다..
담 넘어 보는 표정이 뭐라고 해야 할까? 살짝 썩소를 날리는것 같기도 하고..
잘 포장된 콘크리트 길을 걷는데 조그만한 게 한마리가 바삐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살짝 조그리고 앉아 봤더니 죽은척을 한다..
조금 더 다가갔더니 이내 공격자세를 취한다.. 순간 살짝 놀랬다..ㅎㅎ
바위들이 누구 작품인지 참 쭈글쭈글 하다..ㅎㅎ
옛날에한때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던 '따봉' 광고생각이...
드디어 5코스 종점인 '쇠소깍'까지 왔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쇠는 효돈마을을 뜻하며, 소는 연못, 각은 접미사로서 끝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라고 하는데 물 색깔이 물감을 풀어 놓은듯
예술이었다..
투명한 아크릴로 만든 카약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고 가족단위로 왔다면 한번쯤 타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바람이 많이 불어 저 '테우'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이날도 저 표지석을 확인하는걸로 5코스를 끝을 맺었다..
그런데 돌아갈땐 버스정류장까지 한참을 또 걸어야 했다..
<10월24일 일요일 / 올레 6코스>
아침일찍 일어났는데 비가 내린다..
작년에 왔을때 우산을 안갖고 왔더니 하루종일 비가 내릴때는 숙소 주변에 우산을 구입할곳도 없고차를 탈려도 한참을 걸어야기에 숙소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산을 필수로 챙기긴 했는데 비가 내리니 선뜻 나서기가...
위성사진을 봐도 짜다라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다행이도 잠시 비가 그친틈을 이용해 숙소를 나섰다..
하늘은 심상치 않았지만 비온뒤여서 그런지 깨끗하니 시정은 멀리까지도 잘 보이고괜찮은듯 했다..
이봐 개!네 꼬라지가 왜그래?ㅎㅎ
숙소에서 나온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는데 아침부터 풀밭에서 좀뒹굴었나 보다..^^
다시 서귀포에서 동일주 노선을 타고 효돈에서 내린 다음
어제 걸었던 5코스 종점이자 6코스 시작점인 쇠소깍 가기 위해 어제의 길을 다시 걸었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낙엽 떨어진 벤치가 더욱 더 가을을 느끼게 한다..
다시금 쇠소깍이 보인다..
어제 엄청난 바람탓에 물위에 낙엽들도 많이 떠 있고 카약은 운행을 하지 않았다.. 비 때문인지 휴일임에도 사람도 거의 없고..
요즘엔 코스를 걸었다는 인증을 하기 위해 패스포트를 사고 거기에 코스마다 스템프도 찍어 준다고 한다..
난 사진으로 대신한다.. 어두울때도 악착같이 저 표지석을 찾아 다녔다.. 왠지 한번 걸으면 종점을 꼭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ㅎ
바다위에 까맣게 물개같이 보이는게 처음에는 해녀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열심히 헤엄쳐 바다로 나가려는데 영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대자연 앞에 그냥 버둥데는 인간이 왜 그렇게 작게만 느껴지는지..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드뎌 일어서서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영화 '폭풍속으로' 속에서의 주인공 같이 멋있게 타진 못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다..
그리고 울나라에선 파도가 약해서 파도타기는 못하는 줄 알았는데..
까만 모래위에 지나온 발자국을 남겨본다.. 파도가 밀려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발자국을...^^
클릿슈즈만 신겨 놓으면 바로 자전거 타도 될 의상이다..ㅎㅎ
멋진 각선미를 자랑하는 해녀들 앞에서..^^
파도가 제법 심하게 치는 와중에도 세월을 낚는 분들이 있었다..
걷다가 비가 내려 잠시 정자에 쉬면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동네 견공들이 떼거리로 몰려 들어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한조각씩 떼어 주니간 얼마나 잘 받아먹는지..
샌드위치를 다 나눠 먹었는데도 도무지 갈 생각을 안한다..
그래서 이번엔 비상식량인 삶은 계란까지 나눠먹고 빈손을 내 보였는데도 쉽게 자리를 못 떠나고 머물러 있었다..
기다린 덕에 때마침 비를 피해온 다른 올레꾼에게 과자를 실컷 얻어먹었다..
올레꾼 주변을 맴돌면 먹을께 생긴다는 견공들 나름의 생존법칙인 듯...^^
오름이 하나있었는데 올라갔던길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라 비도오고 그냥 지나칠려다가 올라 가 보았다..
계단이 생각보다 많아 살짝 후회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그냥 지나쳤다면 또 왠지모를 찜찜한 기분이 들것도 같았고..ㅎ
정상에 서자 예쁜지붕의 조그만한 집들도 보이고
자그만한 포구도 보였다..
비가 거의 폭우수준이다..
비가 내려서인지 섶섬이 신비롭게 보인다..영화 '쥬라기 공원'이 살짝 연상되는거 같기도 하고..ㅎㅎ
앞에 한 가족이 비가 오는 와중에 걷고 있었는데 여자 꼬마애가 조그만한 턱만 하나 넘어도 귀여운 목소리도 "아싸~"
하고 계속 외쳐대면서 걷고 있었다.. 비도오고 저런길을 꼬마애가 걷는다는게 힘들어 칭얼댈법도 한데 넘 귀여워 보였다..^^
비도 멎고 걷는도중 길가에 활시위를 당기는 분들이 있었는데 다른 올레꾼이랑 잠시동안 보고 있었더니 관중의식을 좀 하는듯 했다..ㅎㅎ
과녁이 저멀리 있어 활이 명중하는지 보이지도 않았지만 과녁주변에 마이크를 설치 해놓고 소리로 명중여부를 가늠하는거 같았고 활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 갈때는 내가 쏘는것도 아닌데 보는거 자체만으로 뭔가 모를 후련함이 느껴졌다..
서귀포 칼 호텔... 실제론 처음 보았는데 그옛날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을 제주로 갈때 저 호텔에서 많이 묵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호텔이름이 오래전부터 너무나 익숙해서 그런가보다..
유럽의 어느 한 골목길을 걷고 있는듯한...^^
정방폭포가기전 소정방폭포에서... 여름날 저기서 바로 앞의 드넓은 바다를 보며 폭포마사지 하면 좋을것 같다..
올레길 코스에 올레 사무소가 있었다..
안에는 열심히 재봉틀을 돌려 기념품을 만드시는분도 계시고..
길을 걷다보면 저런 표식이 길바닥 혹은 전봇대에서 길안내를 해준다..
어둠에 길을 잃고 헤멜때즈음에 저 표식은 가히 천국을 안내하는 이정표같은 느낌이다..^^
올레길 한 며칠 걷다봄 그냥 길바닥의 파란 페인트 자국만 봐도 다시 한번 더 보게된다..ㅎ
근데 저 색깔의 의미는 뭘까?
여행중에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본 곳인듯 하다.. 바로 정방폭포..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바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라고 하는데 그 높이가 약 23m쯤 된다고 한다..
입장료가 그닥 아깝지 않았다..^^
정방폭포를 뒤로 하고 나오니까 중국풍의 건물이 보였다..
그 옛날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왔던 서불이라는 사람이 폭포의 경치에 반하여 폭포 절벽에 서불과차라는 글자를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전설에서 서귀포라는 지명이 비롯되었고 그를 기념해 '서불 기념관'을 지은듯 하다..
실제 거주하시는 분이신지는 모르겠으나 할머니 한분께서 거의 미동도 없이 앉아 계셨다..
왠지 집안을 두리번 거리기가 좀 실례가 되는거 같기도하고..
방이 정말 조그만했다..
그 옛날에는 저렇게 작은 방에서도 한가족이 오손도손 살았겠지..
살가운 정은 더 쌓일듯 하다..
정방폭포 매표소에서 천지연폭포는 행사중이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얘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코스에서 제법 벗어나 한참을 더 걸어 들어가야 했지만 천지연은 익히 많이 들었던지라 잔뜩 기대감을 갖고 부지런히 걸어들어갔다...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살짝 실망 스러웠다..^^
얼굴에서도 실망감이 묻어나남?ㅎㅎ 표정이 피곤한 탓인지 좀 거시기하다..ㅎㅎ
다시 부지런히 걸어나왔다..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벌써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천지연 입구에는 서귀포 70리 행사가 한창이었다..
저 행사덕분에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는듯..ㅎㅎ 근데 언덕이 경사가 좀 있어 요까지 급하게 올라왔더니 많이 힘들다..
완전 깜깜해졌다..
설마 필요있을까 싶어 오늘은 라이트를 안갖고 갔더니 후회가 막심했다..
마음은 급한데 공원에서 표식을 몾찾아 뱅글뱅글 돌았다는...
코스 막바지에 삼매봉이 있었는데 날씨는 안좋고 인적하나 없는 산을 오르기가 조금은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
더군다나 어둡기까지 해 갈래길에서 표식을 잃어 버렸는데 잠시동안 정말 막막 했었다..
일단은 그냥 무작정 위로 올라갔다..
정상이 보였고 다행이 표식도 찾았다..
정상에 올라도 깜깜해서 아래로는 아무것도 안보인다..ㅎㅎ
가로등빛이 미치지 못하는곳도 많아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왔다..
드뎌 종점에 왔다..
외딴곳에서 그나마 상당히 반가웠다...
지난해 7코스를 시작했던곳이다..
외돌개나 한번 더 가보자 싶어250m를 더 걸어 들어갔었지만 조명도 없고 아무것도 안보인다..
또 깜깜하니까 한번 와 본곳임에도 너무나도 낯설다.. 얼른 다시나와 버스 정류장도없는곳이고 숙소도 그리 멀지는
않는곳이라 그냥 편하게 콜 택시로 숙소까지 바로갔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너무 편안함만 쫓는 여행보다는 이런여행도 먼 훗날 기억에 남을꺼란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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