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6일차
히말라야 롯지(2900m) -> 힌쿠동굴(3170m) -> 데우랄리(3200m) -> MBC(3700m) -> ABC(4130m) / 약 7시간 30분정도 소요
오늘은 이번 트레킹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ABC까지 가게 된다..
전기가 없어 칠흙같이 어둡고 썰렁했던 히말라야 롯지였지만 그래도 쪼매 높은곳임에도 고레파니완 달리 잘때 고소증은 겪지 않았고 사랑스런(?) 물통을 끌어안고 잠도 그런데로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동기가 어제 인증샷 못남겼다고... 인증샷 남겨야 한다기에 이른아침에 롯지앞에서 찍어주고 나도...
소중한 트레킹의 동반자...
옆방에 외국인들은 스틱을 잃어버렸는지 아침에 분주히 찾아 다녔었다...
우리도 담부턴 방에다가...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 이제 ABC를 향해 길을 나선다...
초반의길은 경사가 있어 쪼매 힘들었던 기억이....
사진 중간에 방석만한 벌집이 절벽에 매달려있고 저 안에 꿀이 있으면 그게 석청이라고 한다...
꿀 딸려면 우선 암벽등반부터 배워야 할것 같다..ㅎ
제법 험한길은 계속이어지고...
우린 숨쉬기도 힘드는데 애네들은 어찌나 수다가 많던지...
귀에 들리는건 "오마이 갓!" 뭐 이런 단어들 뿐...ㅋ
여기가 힌쿠동굴...
동굴이라기 보단 그냥 큰 바위가 지붕삼아 얹혀 있는곳이다...
예전엔 여기서 잠도 자고 했다고....
저 멀리 데우랄리 롯지가 보인다...
'데우랄리'란 지명이 중복적으로 많아서 헷갈렸었는데 네팔어로 뜻이 고갯길의 정상부... 그러니까 안부,pass 뭐 이런걸 말한다고 한다..
이쯤 왔으니 또 3000m이상은 올라온듯....
천천히 걸어 해발 3200m의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을 했다..
사진의 중간에 보면 부처님 조각상 같은게 보인다...
각도에 따라선 진짜 조각을 해 놓은듯....
또 다른 각도에서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데 신기했었다...
앞에 두남녀도 정말 자주 마주쳤는데 관계가 참 궁금했다..
포터인듯도 하고 아닌듯도 했는데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동기가 포카라에서 손잡고 가는걸 봤다는데 원래 연인이었는지 아님 산에서 만든 인연인지...^^
이젠 길도 그리 험하지 않고 앞으로 보나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나 넘 멋있었다...
마치 공룡이라도 한마리 뛰쳐 나올것 같은 분위기 였는데 역시나 사진은 한계가 있다...
여기도 건물터가 있는거 보니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거 같기도 하고...
뒤따라 오던 가이드에게 찍어달라고...
완전 쩍벌남이구만...ㅎ
난 첨에 이걸 힌쿠동굴이라 하는줄 알았었다...
근데 이건 최근에 눈사태로 생긴 눈으로 만들어진 동굴이라고..ㅎㅎ
무슨 마징가 제트 라도 나올것 같은 비밀기지 같기도 하고....
안에도 들어가 봤다..
무너질까봐 살짝 겁나기도 하지만..ㅎ
위에 사진은 꼭 하트모양 같기도 하다...
요건 동굴 뒷편...
눈사태가 새로운 볼거리를 하나 만든거 같다..ㅎ
언제 없어질진 모르겠지만...
나야풀에서 부터 걷다보니 어떤구간은 사람이 참 많고 어떤구간은 참 한적하다..
푼힐전망대 갔다가 아침먹고 고래파니를 출발해 업 할때는 사람이 정말 많았었는데 다 어디로 갔는지 다른구간은 또 별로 없다...
또 ABC구간은 그래도 사람들이 쬐끔 있었던듯....
맑은 시냇물도 흐르고...
쫌 큰 폭포들도 많았었는데 이건 얼어붙었다...
계곡이 참 아름답다...
어쩌면 쬐끔은 무서울 정도로...ㅎ
이제 MBC가 코앞이다...
첨에 안나푸르나에 관심을 가졌을때 도대체 ABC는 뭐고 EBC는 뭐며 또 MBC는 뭘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의문은 금방 풀렸었다..
모두 베이스 캠프의 약어라는... A는 안나푸르나 , E는 에베레스트 , M은 마차푸차레 에 BC는 베이스 캠프의 약어...
웅장한 자연앞에 인간은 한없이 너무나도 작다..ㅎ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MBC의 롯지...
여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다는데 참 깨끗했다...
담날 ABC에서 아침먹을때 MBC에서 숙박하고 새벽에 올라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자기네들이 잔곳은 별로 였다고...
요 옆의 롯지는 그렇고 그런가보다..ㅎ
여튼 요기는 햇볕이 드니 무척 따스하고 시설도 깨끗해서 하루쯤 머물다가 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여기 MBC혹은 더 아래에서 숙박을 한다음 ABC 잠시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는걸로 알고있는데 우리는 이래저래 일정을 조정하면서 ABC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ABC는 롯지가 크지 않아 성수기땐 아마도 1박이 힘들텐데 어쩜 우린 행운인지도...^^
저기 안나푸르나 남봉이 보이는 쪽으로 올라가면 ABC가 나오고 뒷편으로 8000m 가 넘는 안나푸르나 1봉이 나오게 된다..
대체로 알기쉽게 이름을 붙여 놓은 위성사진(?)
요건 남봉을 댕겨본거고...
요건 반대편의 세모난 모양이 마차푸차레인데 보는 각도에 따로 모양이 좀 다르다..
조금 더 당겨본 마차푸차레....
왼쪽편으로는 빙하같은게 보인다...
안나푸르나 남봉의 옆도 조금 당겨봤는데 저기도 엄청난 두께의 만년설로 뒤덥혀 있는듯하다..
MBC에서 점심으로 애플 팬케익을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이후에 다른 롯지에서도 두번이나 더 시켜먹었는데 그맛이 안나...
다시금 봐도 참 깔끔했던 롯지...
돌을 어쩜 저렇게 벽돌같이 이쁘게 다듬었을까... 변변한 장비 하나 없었을텐데...
이제 정말 ABC로 간다...
이길이 코스중 가장 멋있었던거 같다...
정말 경이롭고 장엄하다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 정도로.... 그리 험한코스도 아니라 걷는내내 기분이 넘 좋았다...
4000m급의 고도지만 걸으면서 고소증세도 느껴지지 않고 룰루랄라 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뒤돌아 보면 MBC와 마차푸차레가 보이고...
다들 어떤생각을 하며 저렇게 오를까?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감탄을 하며 한곳을 향해 걸어간다...
한 4시쯤 되었을까...
벌써 높은산 너머로 해가 지려고 한다...
요기는 해가 지기전에 걷는게 훨 더 보기가 좋을듯 한 길이었다...
ABC까지 1시간 남았다는 표지석...
이제 저멀리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롯지가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저기 8000m급의 안나푸르나 1봉도 보인다...
얼마전 박영석 대장이 안타갑께도 세상을 달리한...
돌탑이 있길레 돌맹이도 하나 정성스레 올려 놓고....
이제 눈앞에 ABC가 보인다...
그래도 썩 가까운거리는 아니다..ㅎ
드디어 베이스 캠프 입구에 도착~
여기서 인증샷 한번 찍어야 되는데 같이온 걸음이 빠른 동기는 벌써 올라갔기에...
먼저 도착해서 마중나온 동기..ㅎ
베이스 캠프 뒷편으로 가봤다...
좌측이 안나푸르나 남봉, 우측이 8000m급의 안나푸르나 제1봉이다..
박영석 대장과 그 일행이 저기 1봉의 가운데 부분 조금 아래서 실종이 되었다고 하는데 맘같아선 충분히 찾을 수 있을것 같았지만 막상 그게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롯지 입구에 붙어 있던...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난 포기를 넘 쉽게 하는거 같아 새겨둘만 한 말인거 같다...
여기도 몹시 춥다...
방안도 몹시 썰렁하고 같은 국영인데 MBC와는 차이가 좀 많이 난다..
롯지에 있는 사람에게 샤워실 있냐고 물었더니 황당해 한다...
샤워는 커녕 여긴 세수할 곳도 없는듯 했다... 가이드 얘기론 저 아래서 물을 길어 와야 된다고...
여기서 세숫물을 찾은 내가 미쳤지..ㅎ
그리고 여기서 잘때 주글뻔 했다...
자기전까지 없던 고산증이 잠자리에 들자 가벼운 두통이 있어 둘다 타이레놀 하나씩 까먹고 잤는데 난 코가 계속 막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입으로 숨쉬다 잠들면서 입도 동시에 다물어져 호흡이 안되어 깨기를 계속 반복하다보니 겁이나 잠도 오질 않았다...
난생 첨 겪어보는 수면 무호흡증?ㅎㅎ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입으로 숨쉬는것도 넘 답답해 당장이라도 내려가고 싶었지만 밖은 넘 추웠다..ㅎ
잠도 안오겠다 ABC에서의 별사진이라도 함 찍어볼까 했었지만 밖이 넘 추워 나갈 엄두도 안나고 침대까지 한쪽으로 기울고 가운데는 꺼지기 까지해서 이래저레 무척 고통스런 밤을 보냈다...
그나마 아침에는 막혔던 코도 희안하게 뚫리고 좀 살만하더라는....
5000m정도까지 미칠듯한 고소를 경험한적은 있지만 잠깐이었고 4천 넘어에서의 숙박은 처음인데 여튼 안죽고 살았으니 좋은경험을 했는듯 하다..ㅎ
박영석 대장과 일행들...
여기저기 추모의 글들이 간간히 보였다....
아직도 시신을 못찾았기에 바로옆 안나푸르나 1봉에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묘한 기분도 들고 짠했다..
여기 롯지도 전기가 안들어오고 또 춥기에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탁밑의 석유난로를 쬐고 있었는데 여긴 히말라야 롯지보단 그래도 냄새가 덜 났다...
여기서 또 마지막으로 아껴둔 MSG 보충 좀 하고....
국물이 정말 끝내 줬었다...
또 아주 찰나의 순간동안 석양이 설산들을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ABC에서의 잠자리는 이래저래 좀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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